백설

by 금교준

첫눈이 왔다. 이맘때면 마음을 폭신하게 덮어주는 첫눈이. 당신과 걸으며 맞이하고 싶었던 것. 뽀드득- 희끗해진 길이 되어 사랑을 건네주는 그것. 그나마도 목소리를 나누고 있어서 망정이지, 참 속상할 뻔했다. 혼자 맞이하는 건 지겨울 때도 됐지.


당신은 2분 전보다 더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어찌나 행복하던지. 심장은 그럴 때 멎는다. 새삼 무척 보고 싶은데. 컵에 담으면 넘칠 만큼. 흠씬.


함께하는 순간들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당신은 내가 건네주고 싶은 말들을 가로채는 버릇을 가졌다. 사랑스럽게. 당신이 하는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과 같다는 건 비현실적 이도록 행복한 소식이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강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강물은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하면서도 매 순간 새롭다고. 그래서 강물에게 인생을 배우기로 작정한다. 내게 있어 당신은 강이다. 언제 어느 때나 그대로 있어도 매 순간 새로운 사람. 사랑이란 강의료를 내고서라도 인생을 배우고 싶은 사람. 그러기로 작정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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