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

by 금교준

사랑은 추론을 닮았다. 추론이라는 건 증거물이나 정황을 근거 삼아 일종의 판단을 내리는 거라던 데. 당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 당신의 웃음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 당신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 것 따위를 근거로 "당신을 사랑하나 봐요"란 결론을 짓게 되니까.


또 다른 이유로는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무엇 덕분에 기뻤는지. 무엇 때문에 속상했는지. 저녁을 거르진 않았는지. 어느 때는 미치도록 보고 싶어서 용기 내어 묻고 싶을 때도 있다. “어디예요? 잠깐 볼 수 있어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추론은 내 기분에 맞춰 맘껏 해도 되지만, 사랑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단어를 핑계 삼아 상대방을 맘대로 판단하거나 짓누르려 하면 사랑의 참뜻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강압이 덮어씌워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르지.


그럼 궁금한 점. 철학을 공부하면 사랑을 더 짙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상적인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하면 당신에게 안겨줄지 논증해보는 것. 다른 무어들보다 당신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이유를 증명해보는 것.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기쁨에 겨워 몸 둘 바 몰라하는 당신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나 더 당신을 사랑해야 할 이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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