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 듣기를 취미로 택했다. 이거라고 생각했던 정의가 저거라고 논의되는 장면을 경험하면 제법 신선하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게 얼마나 추상적일 수 있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을 정도로. “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죠.”
종종 뚜렷한 사람을 만나면 아쉬울 정도로 시간이 무색해지기도 한다. 밤새 청취하고 싶을 정도로 유익해서. 입술이 애닳도록 사유해 볼 기회가 돼서. 조금만 수고하면 철거하지 못했던 자신을 맘껏 깨부술 수도 있다. 상처 주는 사람이 되기도 했던 이유를 소거시켜 버릴 수 있으니까. 덕분에 기분 좋은 피로감을 얻는 건 덤이고.
취미가 일상이 될 때쯤엔 ‘사람은 한 권의 책과 같구나’란 결론을 내어보기도 했다. 누구나 기승전결을 살아가고 있겠다는 짐작이 들어서. 짐짓 목차를 점해보려다 아픔, 무기력, 활력, 감격스러움 따위가 녹아있는 이야기들을 죄 명명해야만 했던 상황에 갇혀본 적도 있었고.
무어보다 요즘 최상의 황홀경은 당신을 듣는 일이다. 전혀 다른 시간을 배웅했지만 완연한 소리를 내는 것이 반가워서. 바싹 마르도록 구상하여도 닳지 않을 만치 입술이 부드러워서. 넌지시 추신해보자면 기어코 상이할 수밖에 없는 당신이라서 다름을 사랑하는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