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담기 직전의 입술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언뜻 유추해볼 수 있다. 달콤한 어절을 달싹이는 입꼬리와 아픈 어절을 읊조리는 그것은 영 달라서. 그러한 연유로 사람을 마주할 때면 코 아래를 엿보곤 한다. 이 사람은 어떤 감정과 비스름한 사람이려나.
기쁨과 막역한 입술은 꼬리가 옴짝 옴짝 거린다. 생각을 음성으로 뇌까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서일는지. 몸져 으스러지려는 찰나에 봄 같은 문장, 그러니까 온기를 맞은 겨울나무처럼 감격에 겨운 것일는지. 어쨌든 그것은 부러우리만치 산뜻한 생기를 지녔다.
괴롬이 만연한 그것은 존재 여부조차 무지인 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기쁜 것이 담길 때에도 ‘이것은 덧없는 것이지’란 사념이 나돌 것만 같고. 순간이 지나면 공허하고 허전해질 거라는 확신을 가진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보편적 죽음을 직언해주는 듯한 기분이다.
사랑을 품고 이별도 수록한 그것을 마주한 적도 있다. 그것은 쉽사리 열리지 않는 두터운 쇠문 같기도 한데, 담기보다는 곱씹기를 좋아한다. 이별도 마다하지 않고 대면해보는, 그렇게 사랑의 진심을 확인해보는 신중한 분위기를 풍기던데. 문득 내가 가진 입술이 그것이라면 어떨까를 어림해보며 이렇게 되뇌인다. “아 나 이 사람 사랑하는 거 맞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