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by 금교준

사랑은 종종 이런 일을 한다. 인간의 목숨이란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인지시켜주기. 그런 목숨을 누군가에게 맡겨도 좋다는 걸 일러주기. 일상의 소박함 속에서 기쁨 찾는 법을 가르쳐주기. 사랑에 빠졌다는 건 세상을 깊숙이 배우게 됐다는 뜻이다.


그렇게 세상이 채색되기 시작한 사람에게선 좋은 향이 난다. 교과서에서나 맡아보던 종이 내음이나 귤속 열매들에게서 물드는 시트러스향, 때론 담백하고도 사랑스러움이 담긴 엷고 고운 빨강 향. 이런 향을 풍긴다는 건 사랑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랑은 감정을 나누는 방법도 가르쳐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슬퍼할 때 눈물 흘리는 방법, 힘든 일이 있을 때 안아주는 방법, 맘 속 짙은 상처를 발견했을 때 한껏 아파하는 방법. 사랑을 하면, 그렇게 모든 이들이 사랑을 알면 세상은 캔버스가 될 텐데.


때문에 사랑을 거친 이별은 세상이 무너질 정도로 아프다.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져 세상은 색을 잃고, 삶은 무의미해져서 신체적 죽음이나 사회적 죽음보다도 극심한 부정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지. 사랑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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