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눈이 제법 쌓였다. 그 덕에 마중 나온 당신이 눈사람을 치대며 기다리는 모양을 보았고. 그래. 사랑하는 사람은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일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구나. 저녁 어스름의 따분함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추억으로 변모되는구나.
당신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 본 적 있지 않아요? 따분한 질문을 던져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답변으로 응해줬으니까. 뇌리에 각인돼도 할 말 없는 그런 미소를 띄워줬으니까. 아 웃음이 예쁜 사람이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구나.
“보고 싶었어요”란 문장을 얼마나 자주 삼켰는지 모른다. 사실 티는 다 냈지. 괜히 싱거운 농을 건네보기도 하고. 같은 공간에 있을 때도 무얼 하고 있을까 시선을 탐문했으니까. 그러다 당신이 건넨 말에 간신히 비워둔 뇟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거 알아요? 사실 당신을 슬쩍 쳐다보곤 했어요. 꽤 자주”
그러니 당신은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 임에 틀림없다. 아이 같은 순수함. 각인되어 마땅한 웃음. 적어두고 싶은 사랑스러운 말투. 사람은 본연의 색을 지닌다던데. 단언컨대 하양. 그것이 내가 감상하고 있는 당신의 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