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

by 금교준

올 겨울엔 눈이 제법 쌓였다. 그 덕에 마중 나온 당신이 눈사람을 치대며 기다리는 모양을 보았고. 그래. 사랑하는 사람은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일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구나. 저녁 어스름의 따분함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추억으로 변모되는구나.


당신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 본 적 있지 않아요? 따분한 질문을 던져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답변으로 응해줬으니까. 뇌리에 각인돼도 할 말 없는 그런 미소를 띄워줬으니까. 아 웃음이 예쁜 사람이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구나.


“보고 싶었어요”란 문장을 얼마나 자주 삼켰는지 모른다. 사실 티는 다 냈지. 괜히 싱거운 농을 건네보기도 하고. 같은 공간에 있을 때도 무얼 하고 있을까 시선을 탐문했으니까. 그러다 당신이 건넨 말에 간신히 비워둔 뇟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거 알아요? 사실 당신을 슬쩍 쳐다보곤 했어요. 꽤 자주”


그러니 당신은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 임에 틀림없다. 아이 같은 순수함. 각인되어 마땅한 웃음. 적어두고 싶은 사랑스러운 말투. 사람은 본연의 색을 지닌다던데. 단언컨대 하양. 그것이 내가 감상하고 있는 당신의 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