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by 금교준

물을 가까이하려는 버릇이 있다. 트라우마 때문에 기겁하기 일색이었는데. 몸에 좋다는 소식을 얼핏 듣고선 하루에도 몇 번씩 텀블러에 물을 채운다. 커피를 마실 때도 꽤 얕은 커피를 즐기고. 기분이 울적하거나 상기된 날이면 바다를 보면서 가만히 시간 때우는 것도 좋아한다. 기분과는 상관없다는 거네.


운이 좋은 건지 사주를 보니 수가 많다고 나왔다. 작년이었나. 단체로 사주를 본 적이 있었는데 열댓 명 중 나만 그렇다고 했으니. 참 신기한 일이지. 원래 수가 많은 사람이 적은 건지, 마침 때가 맞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에 유난히도 따뜻한 사람이 되었다. 남들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던가.


그래서 요즘이 좋다. 겨울바다는 낭만이라는 핑계를 대고 당신과 바다를 보러 다닐 수 있으니까. 춥다는 껀덕지를 두고 당신을 맘껏 안을 수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고. 문득 든 생각인데 당신이 빙하고 내가 바닷물이라면 어떻게 될까.


얼음은 물 위에 뜬다. 바닷물은 해류에 담겨 속절없이 빙하를 스쳐갈 뿐이고. 그럴 운명이라면 기꺼이 운명론자라는 명을 버리고 개척론자가 될 거다. 그래서 내가 가진 온기를 당신에게 주고 해류에게 버림받을 거다. 그럼 당신과 하나가 되어 바다를 표류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영원이란 시간 동안 당신을 읽으며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