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며칠 밤을 아팠다고 했다. 그래서 눈시울이 무척 뜨겁다고. 그러면서도 나만큼은 놓지 못하겠다는 듯 꼭 끌어안았지. 잠시 눈 좀 붙이라는 말에 당신이 말했다. “빨래만 널고. 아까 돌려놨어.”
집안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일. 한쪽으로도 충분한 일. 손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 그중에서도 빨래는 손이 제법 많이 가는 직종이다. 하긴. 몸을 닦아내는 것도 그럴진대 온종일 다니느라 힘에 겨운 옷을 씻기는 일은 두말할 게 없지.
빨랫감을 오래도록 방치해두면 찌든 내가 난다. 뭐랄까. 망원동에서 청라동까지 30km 남짓을 걷고 난 양말 냄새랄까. 그런 정겨운 짠내를 풍기기 싫다면 적당한 시기에 씻겨주고 개켜줘야 한다. 섬유유연제도 마찬가지. 적당한, 고농축이라면 아주 소량을 넣어줘야지. 정도를 넘어버리면 변색되거나 옷감이 끈적일 수 있다.
사랑도 빨래와 같다. 익숙하단 말로 방치해두면 상할 대로 상해버려 깊은 상처를 남기니까. 너무 짙어버리면 부담이 되거나, 연하자니 서운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종종 사랑은 소홀, 간섭, 경시 등과 유의어가 되기도 해서 무척 신중히 다뤄야 한다. 대신 잘만 다루면 적당한 애착, 적당한 관심 그리고 적당히 중시할 줄 아는 마음이 되기도 하고.
새삼 당신에게 고맙다. 요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잤으면서 내 생각은 한창이니까. 눈꺼풀은 무겁지만 빨래는 널어야 한다는 사람이니까. 사랑을 이토록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양으로 건네주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내가 아껴줄 수밖에. 적당한 다정함과 애정을 물씬 쏟아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