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인 것들은 죽는다. 찰랑이는 물컵과 주전자. 잔뜩 바래진 책. 흐드러지게 핀 꽃. 나 그리고 당신도. 세월을 견디다 보면 생기를 잃기 마련이니까. 기어코 시들어 버리고 마는 것이니까. 제아무리 크고 강한 것이어도.
시간을 예로 들어볼까. 어딜 가나 느낄 수 있는 것. 쌓이고 쌓이면 어느 것보다도 강한 영향을 지니는 무어일 텐데. 엄밀히 보면 초침이 흐르는 찰나에 현재라는 시간은 죽는 것이다. 하루에도 8만 6천 번의 현재가 죽고 새로운 현재가 태어나는 것이니까. 그러다 태엽이 힘을 다하면 결국 시간도 보편적인 무어가 되는 거지.
사랑은 어떨까. 어제의 사랑과 오늘의 그것. 오늘의 사랑과 내일의 그것. 시나브로 짙어지거나 그렇게 옅어지는 무엇. 불시에 타오른 붉은빛의 사랑과 그렇게 식어버린 흑빛의 그것. 영원할 줄 알았던 두 음절도 결국엔 죽는다던데. 권태나 싫증, 무관심 따위의 것들에 무너진다면서.
그렇기에 소중한 것이다. 사랑은. 찰나에 시들어 버리거나 변질되어 버려 아픈 것이 될 수도 있어서. 그렇게 덧없고도 안타까운 것이 될 수도 있어서. 되도록 오랫동안 행복하려면 모처럼 찾아온 두 음절에게 충실해야만 하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을 향한 사랑은 보통의 정도가 아니라는 것. 겸애보다는 특애에 더 가깝다는 것. 제아무리 내가 보편적인 사람이어도. 끝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더라도. 당신을 영원토록 사랑하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