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by 금교준

얼마 전 당신을 떠올렸어. 그래. 새삼이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옆에 있다고 해서 생각에 담지 말라는 당위는 없을 텐데. 왜 눈 앞의 당신보다 저 앞의 길목만을 바라보며 애태웠을까.


별안간 당신이란 이상보다 세상이란 현실을 대하기에 급급했었거든. 그래서 당신의 입술이 댓 발 나오게 했던 거고. 사람 참 현실적이더라. 사랑이 굴곡졌던 건 그 때문일 거야. 처음엔 나를 위한 시간을 쪼개 당신을 바라봤는데. 어느새 당신과 얘기할 시간을 쪼개고 있었으니.


이젠 알아. 아무리 앞 길이 평평하더라도. 비포장 도로를 힘겹게 포장해 놓더라도. 당신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어쩌면 당신과 함께 밟을 자갈 덕분에 더 행복해질지도 모르고. 서로를 공감하게 될 테니까. 종종 공감이란 뜻을 지닌 영단어를 자비로 해석하기도 하던데. 자비는 사랑과 유의어니까. 결국 사랑에 더 가까워지는 거지.


성인이라 불리는 자들이 사랑을 강조한 이유는 행복에 가깝기 때문이래.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서. 그렇게 행복에 도달할 테니까. 이상에 가까워질 테니까. 그러니까 우리 같이 가자. 조금 돌아가더라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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