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열병을 앓으며 성숙해진다. 특히 사랑으로 인한 것은 더더욱. 받거나 주었던 상처들을 돌아보거나. 자신이 혹은 상대가 흘렸던 눈물을 고스란히 쏟아보거나. 비수로 꽂혔던 문장이나 날카로웠던 시선, 냉혹하도록 차가웠던 무관심. 이런 것들을 곱씹어보면서.
맞다. 사랑. 그 깊숙한 곳에는 아픔, 상처, 눈물 따위가 숨겨져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키고 싶은 무어가 생기는 거고. 부모님의 애정, 사랑하는 사람의 관심, 우정 어린 친구의 믿음 같은 것들.
충동적 사랑이나 임시방편적 사랑을 진실된 사랑이란 말로 가리는 행위를 경계하게 되기도 한다. 그가 되어보지 않으면 기어코 알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사랑 말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실존적인 사랑을 욕망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다음엔 더 열렬하거나 더 따뜻하거나 더 온전하게 임해볼 마음씨를 지니게 되는 거고.
여기 사랑 때문에 지독하게 아파본 사람이 있다. 첫사랑에게 상처를 받았고, 두 번째 사랑에겐 상처를 준 사람. 세 번째와 네 번째를 거듭하면서 검은 액체를 왈칵 쏟아본 사람. 외사랑과 겉사랑을 경험하면서 쓰라린 것들을 곱씹어본 사람. 그러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외로움을 견디던 그는 생각했다. 다음 사랑은 받기보다는 주는 것을. 계산하기보다는 몰입하는 것을. 인위보다는 진실된 사랑을 해야지.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의 사랑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