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늙는다. 연필이나 종이 같은 사물도, 플라스틱 조각도, 심지어 쇠붙이마저도 세월이 지나면 못 쓸 지경이 된다. 하물며 사람은 오죽할까. 따지고 보면 플라스틱보다도 연약한 것이 사람일 텐데. 무척 강했던 사람조차 필연적으로 사랑을 잃다 보면 물렁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어르신들이 세월아 네월아 했나 보다. 어차피 녹슬 거 조급한 것보단 여유로운 게 좋으니까. 그게 하루가 멀다 하고 시간이 부족한 걸 티 내는 것보단 안심되니까. 어찌 보면 자녀를 몹시도 사랑해서 세상은 즐길만한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주려던 걸지도 모르고.
이래서야 견딜 수 있을까. 하루하루 시간에 쫓기는 것처럼 살아왔는데, 옆에 있는 사람보다 아직 닿지 않은 미래를 더 걱정했는데. 어느새 연착됐던 무엇,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야 하는 그 소식이 도착했을 때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 하지 않던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면. 배려라는 이름으로 외로운 사랑을 해내던 사람이 보고 싶다는 말을 건넨다면. 잠깐의 시간이라도 건네주어라. 여유가 없다는 핑계는 버리고 그 사람과 숟가락을 마주하여라. 세월이 후회를 몰고 오기 전에 못다 한 만큼 열렬히 사랑하여라. 모든 것은 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