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by 금교준

누군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교양이란 수치스러움을 아는 것입니다. 처음은 교양이 없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것이라면, 시도는 망설임에 걸릴 수 있다는 겁니다. 어쨌든 의도하지 않더라도 실수를 벌이는 것만은 피하고 싶기 때문일까요.


직접 엮은 책을 선물해준 적이 있습니다. 받은 이가 백이라면 백의 반응을 보였죠. 마음에 드는 구절을 보여주거나, 저라는 사람을 자랑하거나. 드물지만 책장에 꽂아둔 채 이사를 간 분도 있고요.(책을 받아줬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입니다. 내칠 수도 있었을 텐데.)


그중에서도 유독 감사한 분이 있습니다. 제 글이 지푸라기가 되었다는 분. 삶의 절벽까지 달려가고서 다시 되돌아온 분. 별안간 그 분과 작은 약속을 했습니다. 오 일 동안 저녁 같이 먹기. 자신을 돌보는 것도 힘겨운 와중일 텐데. 거절당할 수도 있을 거란 소란한 마음이 일었을 텐데도 말을 건네줬어요. 보답하고 싶다면서. 감사함을 느낀 일을 열 가지나 나열하면서요.


사랑을 묘사하라면 이 이야기가 적격일 겁니다. 그 분과 대화하는 내내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워졌거든요. 이렇게까지 용기가 필요한 약속을 언제 했더라. 그러더니 머릿속이 온통 그 사람으로 가득 차는 것 있죠. 처음 한 데이트, 처음 맞잡은 손, 처음 포개어진 입술. 두 번째 데이트를 청한 날, 손 잡자고 두 번 물은 날, 두 번째로 입술을 포갠 날.


용기를 갖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야만 하는 때가 있어요. 그게 언제냐고 묻는다면 덤덤히 그러나 단호하게 답하겠습니다. 사랑. 사랑에 빠진 순간이라고요.


* 박연준 작가의 <소란>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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