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카페

by 금교준

7월 취업 운세에서는 이번 주 목요일이 면접을 보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고 나왔다. 때마침 잡혀있던 면접일은 목요일이었다. 언제든 새로운 걸 시작하는 일은 두려움과 설렘을 동반하는 탓에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나는 입술을 동서남북 방향으로 세 바퀴 돌리곤 웃는 연습을 했다. 유난한 새벽이었다.


면접을 보기로 한 곳은 올해 초에 생겼다는 베이커리 카페였다. 한 번쯤은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되는 건가 싶었다.


“내일 카페 면접을 보는데, 조언해줄 만한 게 있을까?”

“제가 몇 가지 모의 질문을 해볼게요.”


바리스타인 동생과 문답을 했다. 커피 내리는 일을 하고 싶은 이유, 나의 장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나 커피의 종류 등. 어떤 질문은 전문적인 정보를 담고 있어서 이곳저곳에서 찾아봐야 하는 것도 있었다. 별안간 동생이 사랑이 무엇인 것 같으냐고 물었다. 사랑. 그러고 보니 그는 언젠가 커피를 사랑한다, 고 했다. 언젠가 그에게 핸드드립 방식에 대해 배운 적이 있는데, 원두의 특징부터 드립 방식까지 피를 토하듯 열변하는 그의 모습에 반한 적이 있다. 그럼 나도 커피가 사랑이지,라고 답해야 할까. 어려웠다.


커피로 인해 밀접해진 사람은 있다. 윤이다. 그녀와의 첫 데이트 때 핸드드립 카페를 갔었다. “아프리카산 원두가 산미가 강해서 신맛이 난대요.” “커피 가루의 크기랑 추출 시간이 맛에 영향을 준다네요.” 어떻게든 흥미를 끌고 싶어서 던진 말이었다. 그런 실없는 말에도 그녀는 신기하다며 웃었다. 달을 닮은 눈. 나는 그녀가 웃을 때마다 짓는 눈을 뚜렷이 쳐다봤다.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았다.


그녀와는 제법 오랜 시간을 만났다. 같이 살아보기도 하고, 자주 다투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녀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연애보단 현실이 중요하단 생각이 다소 영향을 준 거였다. 변한 마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티가 나는 법이라던가. 언젠가 그녀가 편지를 써준 적이 있는데, 제법 긴 시간 동안 외로웠지만 고맙기도 했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눈이 매웠다. 이런 순간에는 감정을 회피하기보단 오롯이 곱씹어보는 게 경험상 진정하기엔 좋은 방법이었다. 동생과 빠른 작별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질문이 적힌 종이 위에 사람을 좋아한다고. 커피 덕분에 누군가와 가까워진 적이 있다, 고 적었다.


다음 날이었다. 결국 지난밤, 회상에 취해 면접 준비는 물 건너갔던 거였다. 급한 대로 간밤에 동생이 말했던 질문 리스트에 연이어 답변을 정리했다. 그렇게 오후 5시 10분. 30분은 족히 걸릴 거라던 면접은 10분이 채 안 걸리고 끝났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 정도면 분명 운세 덕분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취업운세 어플을 열었다.


<면접을 보기에 좋은 날은 7월 1일입니다>


믿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운이 좋은 날은 지난주 목요일이었던 거였다. 문득 첫 번째 문답이 떠올랐다. ‘커피 덕분에 누군가와 가까워진 경험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번 면접을 통해 그 말을 실감했고, 사랑도 그런 거였을까 싶었다. 윤이라는 이름이 자꾸만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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