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재생

by 금교준

사람은 이상하고 사랑은 모르겠어. 그런 가사가 반복적으로 귓전을 때리고 있었다. 밤 열 시. 하나의 일을 끝내고 또 다른 일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방금 지나친 표지판은 서울 방면임을 지시했다. 이 시간에 서울로 이어지는 도로는 아침이나 저녁과는 공기부터가 다르다.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을 운전 이외의 것으로 다소간 기울여도 차를 모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차 안에선 오후 내내 일을 한 탓에 짙은 땀 냄새가 났다. 끝났던 노래가 다시 시작했다. 사람은 이상하고 사랑은 모르겠어. 그래, 맞아. 하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 사랑이란 게 뭘까. 자, 여기부터 사랑이야 하고 정의할 수 있는 기준 따위가 있나. 나는 그걸 하고 있을까. 내가 하는 사랑이랑 다른 사람이 하는 사랑이랑 똑같을까. 몇 번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연인이나 친구, 동료에게 사랑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제각각 다른 형태의 것을 답하곤 했다. 희생이다. 헌신이다. 믿음이다. 노력이다. 복기해보면 나를 스친 이별의 대상들도 각기 다른 모양의 연애를 원했다. 어떤 이는 ‘사랑하면 삶의 토씨 하나하나 공유해야지.’ 했고 다른 이는 ‘아무리 그래도 관심이 과하면 탈 나.’ 했다. 누군가는 내게 서운해했고 누군가는 내게 무관심했다. 게다가 이런 문제에 한해서는 상대성이라는 특질 탓에 내가 적당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가도, 금세 과하거나 미약한 사람이 됐다. 그런 걸 곱씹다 보면 자신의 존재성에 의문을 품게 되는 경우도 잦았다. 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 거지. 이번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나와 생활과 미래와 상대방을 조화롭게 여기고 있는 줄 알았는데. 별안간 세상이 그게 아니었어, 라는 말을 전해주는 듯했다.


덜컹. 허리부터 왼쪽 다리까지가 저릿했다. 방지턱을 뻔히 봤으면서도 속도를 줄이는 걸 간과한 거였다. 코허리로 신 냄새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문득 그래, 누구나 완벽할 순 없어. 하고 작심했다.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100퍼센트의 여자를 알아보고도 그냥 지나친 남자처럼. 동시에 100퍼센트의 남자를 감지하고도 걸음을 재촉한 여자처럼. 내가 누군가가 원하던 사람이 아니어도. 반대의 상황이어도. 내가 좋아하기로 택한 거라면 상관없지 않을까. 조금 더 이해하고 더 자주 좋아하면 되지 않을까.


자동차 오디오에선 같은 노래가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사람은 이상하고 사랑은 모르겠어.”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 고 생각했다.




* 인용

노래 "사람은 이상하고 사랑은 모르겠어" - 이예린

책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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