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해?

by 금교준

소재를 고민한다. 오늘은 무엇으로 글을 써야 할까. 그리움에 대한 걸 쓰고 있으니까, 하면서 미간을 좁혀본다. 아련한 것들을 몇 가지 떠올려보기로 한다. 만리포, 줄 이어폰, 영상통화, 신발... 그러면서 아득해진 이름들을 연달아 발음했다.


무슨 생각해? 별안간 떠오른 목소리였다. 수현. 그녀를 보면서 걷는 걸 좋아해요, 라는 말이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데 효과적이라는 걸 배웠다. 덕분에 그녀와 나는 습관처럼 걸었다. 그녀의 집 앞에 있던 공원, 널찍한 동물원, 사람들로 붐비던 명동 거리까지. 그때마다 생각했다. 어쩌면 이 사람이 나와 새끼손가락이 이어진 사람이 아닐까, 하고. 그녀는 운명 같은 걸 처음으로 떠올리게 해 준 사람이었다.


그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으면 그녀가 물었다. 무슨 생각해? 그녀는 골똘한 내 모습이 좋다고 했다. 항상 밝고 활발한 사람에게서 보기 드문 진지한 모습이랬나. 이상한 취향이었다. 그것이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서 그것을 발견하는 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서는 그게 그렇게 좋다고 말하던 게 기억난다. 나는 그녀가 질문할 때마다 이것저것, 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 속에 있는 말들을 하나둘 꺼내게 된다던가. 아무래도 우리, 운명 같아. 실 같은 게 연결된 건 아닐까. 세월이 지난 우린 어떨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말을 서슴없이 했고, 그걸 듣던 수현은 우리 그만하자, 했다. 그러고 보니 원래 그녀는 곧이곧대로 다 말하는 거 안 좋아했는데. 이번에도,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어느새 나는 그녀의 취향과는 먼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런 것 같다)


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전동차 안에서 기약 없이 울었다. 그녀를 더 좋아하게 된 것뿐인데. 사랑, 이거 왜 이렇게 어렵지, 했다. 인생은 생각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무슨 생각해? 귓속에는 수현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전 04화바다는 서해가 더 좋은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