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금교준

예쁘죠. 당신은 우리가 종종 걸었던 골목 어귀에 한참을 서 있었다. 겨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초봄이었다. 꽃을 담은 눈동자, 둥그스름한 코, 오 하고 모여있는 입술. 나는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당신의 면면을 뜯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모습을 금방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어떻게 고개를 돌리겠는가. 얇은 종이 같은 손이 꽃 주위를 어른거렸다. 분명 보았다. 당신의 손이 천사의 날갯짓을 닮았던 그 순간을. 튤립이에요. 귓속에 울려 퍼지던 목소리도, 그곳에 있었다. 입술의 움직임과 성대의 울림으로 그런 소리가 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사담이지만, 튤립은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무척 값비쌌다고 한다.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관심을 모은 게 16세기 후반인데, 그때 귀족의 상징이 됐다.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은 그 무언가를 갈망하는 사람을 매혹하기 마련이라, 점점 많은 사람이 이를 찾았다. 황소 천 마리를 팔아야 튤립 구근 마흔 개쯤을 겨우 샀다고 하니까... 온갖 실험을 하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황소 스물다섯 마리와 튤립 한 송이가 같은 값어치였다는 말도 나왔다.


이 꽃을 가장 좋아해요. 별안간 당신이 말했을 때 내가 고개를 끄덕였던 일을 기억하는가. 당신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당신의 손을 맞잡았던 일을 기억하는가. 당신은 두 눈을 감고, 나는 입술을 가져다 대었던 일을 기억하는가.


나는 가끔 꽃과 당신과 당신이 서 있던 그 골목을 생각한다. 겨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초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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