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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Apr 10. 2022

20대,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다

20대 텃밭 일기 D+1

작년 여름, 시골의 작은 마을로 이사오면서 다짐했던 일, 텃밭 가꾸기를 이제야 시작했다. 보통 3월에 비료를 뿌리고 땅을 엎어줘야 한다는데 조금 늦은 셈이다. 그러나 '일단 시작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둔다. 실천으로 옮기는 일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어려운 법이니까...(자기합리화다)


부모님이 사시는 본가에는 50평의 텃밭이 있다. 아주 가끔 그곳에 가서 밭일을 돕고는 했는데 내밭을 일구기는 처음이었다.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의 것이었다. 일종의 보람과 성취감, 그리고 말로 설명할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비료 냄새가 싫지 않았던 것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뭐랄까. 앞으로 내가 자급자족할  있는 시스템을 위해 온몸을 희생해서 도와주는 느낌이랄까.  그런 비슷한 종류의 느낌이었다.


아래 사진이 집 앞 작은 텃밭에 비료를 뿌린 사진이다. 뿌리는 내내 온몸에 묻는 것은 기본이었고, 비료 포대는 생각보다 허리가 끊어지기 일보직전일 정도로 무거웠다. 그리고 그동안 텃밭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에 반성하는 일도 있었다. 옆집에서 대충 던져둔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들이 텃밭 주변에 산재해있었다. 일일이 주워다 치우는 일이 내몫이 되는 아이러니... (내밭이라고 생각하니 귀찮다는 생각과 동시에 치우고 있는 나자신을 바라보게 됐다.)

땅을 갈아엎는 과정에서는 여러 생물들을 마주했다. 팔꿈치 길이의 지렁이라던가, 비료냄새에 몰려든 파리들이 주였다. 희한하게 그 아이들도 밉지가 않았다. 예전같으면 더럽다고 손을 휘휘 저었을 텐데, 그냥 있는대로 이 생명들도 자기들의 삶을 사는 것이겠지 하며 잠시나마 공존했다. 텃밭이 주는 것들에는 그런 마음들이 있는 것인가... 땀은 좀 흘렸지만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경험이었다.


* 비료 뿌린 부분을 갈아엎은 모습, 군데군데 큰 잡초들은 미리 뽑았는데 일이주 후에 고르게 갈고 고랑칠 때 다시 한 번 정리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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