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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Apr 12. 2022

농사의 기초, 고랑 만들고 작물 심고

20대 텃밭 일기 D+3

드디어 텃밭을 엎은 지 3일째가 되었다. 현장 일정이 밀린 김에 텃밭을 다듬기로 했다. 우선 작물이 잘 크기 위해 수분을 머금을 고랑을 만들기로 하고 아침 댓바람부터 등산화를 신었다. 

위 사진이 아침에 마주한 텃밭의 모습이다. 땅이 처음 엎을 때보다 좀 말라있어서 잘 될까 싶었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호미 삽으로 땅을 고르게 펴주는 데 잔돌들이 무지막지하게 걸렸다. 그때부터 나는 허리를 굽히고 잔돌을 주워 옆으로 치우는 행동을 두 시간 넘게 반복해야 했다...... 어떻게 고르면 고를수록 계속 나오는지, 그래도 고된 노동 뒤에 비교적 골라진 흙들이 밭에 예쁘게 퍼질 수 있었다. 


밭을 한 번 솎아준 뒤, 호미 삽을 이용해 고랑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략적으로 고랑의 위치를 잡고 양쪽 모서리 부분을 파서 고랑 가운데가 될 부분을 높게 다지는 식이었다. 그 결과가 아래 사진이다. 우선 가장 안쪽의 넓은 고랑과 바로 옆 얇은 고랑은 상추를 심을 곳이었다.  처음엔 넓은 고랑 하나만 쓰려다가 옆집과 나눠먹을까 하여 한 고랑을 더 쓰기로 했다. 그 옆의 세 고랑은 감자를 심기로 하여 높고 탐스럽게 다졌고, 마지막 바깥쪽의 두 고랑(중간 두께와 얇은 두께)에는 고추를 심을 예정이다. 

아래 첫 번째 사진은 상추를 심은 모습, 두 번째 사진은 멀칭(비닐 씌우기) 작업을 하고 감자를 심은 모습이다. 상추는 한 번 노지에 키워보며 잡초를 종종 솎아줄 요량으로 비닐을 씌우지 않았다. 풀을 뽑으면서 상추와 대화하고 싶어서랄까...(객기인가?) 아무튼 우선은 손가락 한마디 간격으로 상추씨를 여러 개씩 뿌려두었다. 하나씩 솎아줄 예정이다.

비닐 씌우는 일은 비교적 쉽다, 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혼자 작업하려다 보니 바람에 자꾸만 날리고... 크기는 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커서 잘라서 써야 했다. 비닐을 씌우고 나서 감자를 심을 때는 구멍이 너무 넓게 뚫려있어서 군데군데를 X자 모양으로 뚫어서 심었다. 감자 하나를 반으로 잘라서 절단면이 아래로 가도록 심어야 한다길래 그렇게 해 봤다. 그래야 싹이 위로 올라온다나? 진즉 심었어야 한다던데 백일 정도 후에 한 번 수확해봐야겠다. 

고랑을 만들고 상추와 감자를 심으면서 느낀 것은 농사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과 하나의 생물을 내가 직접 키워본다는 알 수 없는 희열감... 그런 게 있었다. 새싹이 올라오고 수확할 때의 기쁨은 얼마나 될지 가늠하지 못하겠다. 

월말이 되면 고추를 심을 예정인데, 두고 봐서 옥수수도 심을 수 있으면 심어볼 예정이다. 옥수수가 쑥쑥 크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고 들어서다. 모름지기 성취감이 최고지! 하는 생각과 함께... 벌써부터 자그마하게 시행착오를 겪어가고 있지만 그만큼 재미도 보람도 넘치는 것이 농사라는 것을 조금씩 실감해가고 있다.


* 최종 작업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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