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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Apr 17. 2022

그냥 심기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다

20대 텃밭 일기 D+8

어느덧 텃밭을 가꾼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상추와 감자를 심은 지는 오 일이 지났는데 보통 3~7일이면 발아한다던 상추가 아무 조짐이 없어서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상추심기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고 깨달은 것은 무엇이든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여러 일을 경험해보면서도 느꼈지만 텃밭에서까지 느끼니 내가 세상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이 아니었다 싶기도 했다. 상추는 씨앗을 뿌릴 경우에 흙을 살짝 덮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손가락으로 깊숙이 파묻었다. 빛을 쬐어야 발아를 한다는 상추 특성상, 나는 상추를 매장시켜버린 것과 같다는 생각에 얼마간 충격에 휩싸였다. 그래서 쉬는 날이니만큼 나가서 흙들을 살살 걷어냈다. 걷다 보니 새싹으로 보이는 것들이 조금씩 보였다. 그 새싹이 상추가 맞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조금 걷어줬으니 발아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윗부분을 살짝 걷어낸 상추 고랑. 


또 한 가지 알아낸 사실은 멀칭 작업을 하지 않으면 동네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밟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탓에 애써 만들어준 고추 심기용 고랑이 다 망가졌다. 그래서 한 것은 바로 멀칭 작업. 이왕 하는 김에 옥수수를 심을 수 있는 미니 고랑도 조그맣게나마 만들었다. (옥수수는 모퉁이를 타고 심으면 울타리 역할도 한다기에 가장 바깥쪽 작은 고랑 지점부터 텃밭 모퉁이를 타고 심어줄 요량이다.)

오늘은 텃밭을 가꿀 때 형제와 합심했다. 확실히 같이 생명을 키운다는 생각을 하니까 가족이라는 느낌이 물씬 들었고, 좀 더 활력이 도는 것 같았다. 이제 며칠 후면 상추가 발아할 거라는 생각과... 다다음주에는 고추를, 그다음 주에는 옥수수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좀 들뜬다. 


* 최종 텃밭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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