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텃밭 일기 D+22
지난주 올라왔던 새싹들이 어느새 무럭무럭 자랐다. 감자줄기 한 녀석은 주변에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굳세게 자라기도 했다. 척 보면 벌써 이렇게나 컸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른들이 아이를 키울 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쑥쑥 자라 있어서 신기하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된 또 한 가지. 이토록 조그만 텃밭에서도 오해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처음 키우는 탓에 갈색 줄기에 얇은 잎 두 개를 달고 올라온 녀석들이 감자 새싹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잡초였다. 대반전의 대 반전이었다. 고작 같은 위치에서 자란 새싹이라는 이유로 나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감자라고 믿었다. 사람이 이토록 불완전하다. 작은 것에서도 오해를 만드니까. 다행인 사실은 잡초만 올라왔던 감자 위치에서도 결국 감자들이 올라왔다.
상추도 어느덧 많이 자랐다. 조만간 하나만 남기고 솎아줘야 할 지점들이 조금 보였는데, 아직은 안타까워서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신기한 것이 시간이 지나니까 각자 다른 색을 띠면서 움트는 게... 자연의 신비감을 더욱 실감하게 만들었다. 이런 게 개별성, 개성이라고 하는 것일까. 다양하니까 더 예쁘다.
돌이켜봄 우리 사회도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종, 성별, 출신 지역 등등. 그러나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혐오하는 시선도 시나브로 생겨났다. 이번 우리나라 대선만 해도 세대, 성별 등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갈등이 두드러졌다. 그런 것을 보면 안타깝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우리가 특정 주제에 대해서 바라볼 때 정말 초점을 두어야 하는 곳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애석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나의 무지가 스스로 성찰하게 만들고는 했다.
이토록 작은 텃밭에서도 오해가 생겼다. 하물며 나 하나뿐만이 아니라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이 부대끼는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오해가 있을까.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말 바라보아야 할 지점을 정확히 알고 공부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여러모로 다양한 교훈을 배우는 텃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