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텃밭 일기 D+23
드디어 고추를 심었다. 사 월말에서 오 월중순에 모종을 심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심는 데에 착수했다. 모종은 본가에서 밭에 심고 남은 모종을 받아왔다. 역시 부모님이 텃밭을 운영하니까 이렇게 유용한 도움을 자주 받는다. 특히 텃밭에 관한 것은 더더욱 그렇다. 생각해보면 수년 전에 비료를 뿌리고 땅을 엎는 일을 다소 못 이기는 척했었는데, 그것이 이번에 효과를 발휘했다. 더구나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쏭달쏭했을 때 질문 하나로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언제 비료를 뿌려야 하는지, 땅은 어떻게 엎어야 하는지, 어느 월에 어느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 모종은 어디서 구하는지 등등... 텃밭을 운영해보지 않았다면 쉽사리 얻지 못했을 정보들을(특히 지역에서 모종을 파는 곳의 위치나 특별 노하우,,,) 쉽게 얻을 수 있었다.
* 두둑에 심은 고추
* 심고 남은 빈 모종 그릇..(?... 심기 전에 찍으려 했는데 깜빡했다. :-) )
잘 보면 고추가 심긴 곳에 비닐 위로 흙이 충분히 덮여있다. 비닐의 열을 고추가 받으면 녹을 수도 있다는 말에 해준 조치다. 두둑과 모종의 흙이 수평이 되도록 심은 뒤 그 위에 흙을 더 덮어서 고르게 다져줬다. 그리고 고추는 심었을 때 물을 듬뿍 줘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물을 태풍 온 것처럼 줬다. 아쉬운 점은... 물을 너무 많이 줬는지 아니면 흙을 약하게 다졌는지 아주 박살이 난 모습이 됐다.
우선은 이렇게만 심어 두고 좀 더 자라 기울어질 정도가 되면 고춧대를 심어서 버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다행히 본가에 남는 대가 있어서 좀 얻어왔다. 어째 거의 대부분의 텃밭 용품들을 부모님의 도움으로 조달한 기분이지만, 우선 어떤 방식으로든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련다. 시간이 지날수록 텃밭이 점점 채워지는 모습, 그리고 심은 작물들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보람, 성취, 신기함, 새로운 호기심 같은 것들이 나를 채운다.
* 창고(회색 막대가 고춧대로 쓸 자재)
* 물 주기 전 전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