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텃밭 일기 D+28
옥수수 모종을 사러 다녀왔다. 모종 파는 가게는 처음으로 가보는 거라 다소 긴장되기도 하였는데 의외로 다른 마트나 슈퍼 등과 별다를 것이 없어서 놀랐다.(그만큼 내가 경험이 부족했다는 뜻 이리라 여긴다) 아무튼 가게에는 고추, 파프리카, 상추 등 다양한 모종들이 있었고, 옥수수 모종을 하나에 이백 원씩, 총 천 원을 주고 다섯 개를 사 왔다.
간 김에 모종삽과 호미도 사 왔다. 그동안은 큰 삽과 큰 호미 삽만 있던 탓에 작물을 심을 때 손가락으로 일일이 파서 심어줘야 했다. 이번에 모종삽을 쓰니 심는 작업이 훨씬 수월했고, 호미는 잡초 뽑기에 크게 사용됐다. 확실히 인간이 왜 도구를 쓰기 시작했는지 체감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옥수수는 상추, 감자, 고추를 심고 네 번째로 심게 되는 작물이다. 4-50센티 간격으로 심어줘야 한다던데 지난번에 심고 남은 멀칭 둔덕과 다른 둔덕들 사이사이에 분포해서 심었다. 작게 심긴 옥수수 모종이 어찌나 귀엽던지, 매번 작물을 심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무럭무럭 자랐으면 하는 심정이 이번에도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동안 감자가 정말 많이 자랐다. 이제는 감자를 심은 거의 모든 지점에서 싹이 올라와 줄기가 굵어지고 있는데 어떤 녀석들은 나무의 모양을 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자고 일어날 때마다 남모르게 자라 있는 모습에 경탄하는 날이 잦았다.
어느덧 텃밭을 가꾼지도 벌써 28일째, 거의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농기구도 하나씩 늘어 삽, 호미 삽, 모종삽, 호미가 구비됐고, 키우는 작물도 네 가지가 되었고, 밭도 작물로 꽉 찼다. 오늘은 더불어 잡초들도 정리해줬는데 도중에 굼벵이를 발견했다. 굼벵이가 살면 비옥하다는 뜻이라던데 괜스레 녀석이 귀여워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꽤 오래 들여다보기도 했다. 한 달 정도 겪은 뒤 텃밭의 좋은 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그동안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깨게 되는 날이 많아졌다고 꼽고 싶다.
* 28일 차 텃밭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