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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Jun 08. 2022

프렉탈 우주론

프렉탈 우주론은 자연계에서 작은 존재의 구조와 큰 것의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창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30년 전, 프랑스로부터 유입된 사이비 종교에 의해 퍼지게 되었는데 흥밋거리로는 어느 우주론 못잖게 거론되고는 한다.      


눈을 들여다보자. 우리 눈에 박혀있는 홍채를 면밀히 관찰해보면 성운의 모양과 비슷하다. 또 인간의 신경 세포. 그것을 현미경으로 곱절에 곱절 확대해보면 우주 거대 구조와 흡사한 모양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세포의 분열 과정마저도 별이 죽을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즉, 이 우주론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또 다른 존재의 몸속일 수 있다. 우리의 몸속은 또 하나의 우주일지도 모르고.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과 곤충, 그리고 식물까지도. 물론 그것을 비판 삼아 부정하는 이들도 적잖다.     


과학계에서는 이 우주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비슷하다는 것만으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신경 세포와 우주 거대 구조의 발생 과정이 다르다. 신경 세포는 줄기세포가 분화해서 만들어졌다. 우주 거대 구조는 빅뱅이 일어난 뒤 암흑물질이 중력에 의해 응집되어 형성되었다. 애초에 구성물질이라든가 형성 과정 자체가 달라서 그 특성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프렉탈 우주론을 믿고 싶다. 그럼 나는 또 하나의 우주가 되고, 그 우주 속 어느 행성에 살고 있는 당신을 품고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 꿈을 꾸는 것은 어쩌면 내 안의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엿보는 일일지 모른다. 별안간 꿈에 한 번만 나타나 주기를.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사랑했다는 말을 거듭할 것이다. ‘한다’라고 했다가는 터진 눈물 때문에 꿈에서 깰 것 같다.      


여름이 다가온 만큼 당신은 멀어졌다. 이제는 당신의 이름과 즐겨 쓰던 아이디를 아무리 검색해봐도 처음 보는 사람만 찾게 된다. 그럼 나는 불쾌하고 무더운 여름을 견딜 여력이 모조리 고갈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스크롤을 내리고, 내리고, 나는 오늘 애꿎은 프렉탈 우주론만 쫓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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