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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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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Jun 09. 2022

강반장

강반장은 건설 현장에 다닌다. 타워크레인과 레미탈 그리고 콘크리트 먼지가 그의 일상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대뜸 윽박지르는 괴팍한 성질머리 때문에 강반장은 같은 처지의 일용직 노동자 사이에서도 최우선 기피 대상이었다. 그 일환으로 혼자 일하는 날이 여럿이서 일하는 날보다 많았다. 언젠가 뒷돈을 주고받았다는 소문이 돌 뻔한 적도 있었는데 같이 일할 사람을 모집할 때 동료 노동자들이 예외 없이 눈길을 돌리는 바람에 말도 안 되는 소문으로 끝날 수 있었다. 그가 목청을 있는 힘껏 울리는 이유는 늘 겉잡기 버거웠다. 일이 잘 풀릴 때, 장난치고 싶을 때, 경각심을 주고 싶을 때, 뜻하는 바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아 심기가 불편해졌을 때. 더군다나 큰소리 뒤에는 어김없이 훈계가 따라붙었으므로 강반장과 팀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신규 노동자뿐이었다.      


현장은 말 그대로 현장이라 각종 소문이 무성하게 생산되었다. 그중에서도 강반장은 가십거리로 유명했다. 그는 동료 노동자들의 입을 타고 지하 주차장부터 옥상까지 오르내렸다. 그를 마주친 적 없는 형틀, 철근, 시스템 노동자들마저 그의 이름이 들리면 친숙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도 모르는 사이에 강반장이라는 인물은 그냥 이상한 사람, 가까이 다가가면 욕하는 사람, 수틀리면 퀙 소리를 지르고는 의미 없는 교훈을 설파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마냥 씹혔다. 물론 그가 들으면 자신이 그렇게 인기 있었냐며 쾌재를 부를지도 몰랐다.     


강반장은 십수 년간 건축사를 운영한 몸이었다. 술만 들어갔다 하면 주택부터 상가까지 안 지어본 건물이 없다며 법석을 떨었으니, 그와 술집에 걸어 들어간 사람들의 묘사가 익히 일치했다. 그것은 감히 말하자면 현장에서만큼은 강반장의 자칭 유구한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그와 술을 마신 사람들은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므로. 그때 그는 가슴을 양껏 부풀렸다고 한다. 흘린 땀의 양과 반비례하여 미약해진 가슴을 터뜨리려는 것처럼. 그다음 주먹을 세게 쥐고서 그깟 부도에도 나는 죽지 않았다, 추락하더라도 안전고리는 부착하고 뛸 것이다, 당부했다고 한다. 강반장은 헤어지는 사람마다 다음에 또 마십시다, 했다지만 애석하게도 두 번 이상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람은 여태껏 만나보지 못했다.     


하루 대부분을 강반장 얘기로 살아내는 동료 노동자들은 몰랐다. 강반장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될 공동에서 사다리를 타고 사고방지 현수막을 걸었던 날에 땀보다 눈물을 더 많이 흘렸다는 것을. 옥상에서 추락방지망 작업이 잡혀있던 어느 여름날에는 손바닥만큼 작아진 호수공원을 멍하니 쳐다보느라 옥상에 도착한 호이스트 안에서 한참 서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한시도 빼놓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한다는 사실을.  

   

이것은 지독히도 더웠던 어느 여름에 알게 된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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