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교준 Jul 09. 2022

작물 수확의 기쁨

20대 텃밭 일기 D+91

어느덧 텃밭을 가꾼 지 91일이 되었다. 근 50일간은 텃밭에 대한 기록을 남긴 적이 없었는데 초여름 내 상추도 여러 번 뜯어먹고, 고추도 몇 번 따다 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대망의 감자를 수확한 날이다. 감자는 보통 심고 나서 90~100일 정도의 생장기간을 거친다. 그 정도 기간이면 먹기 좋을 만큼 생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4월 말에 감자를 심었으므로 6월 말에 미리 하나를 캐보았고, 그때는 아주 작은 알감자만 몇 개 수확할 수 있었다. 다행인 사실은 그 덕분에 감자가 잘 자라기는 하고 있구나, 싶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이주쯤 지난 오늘, 감자를 캐본 결과는 대성공이다. 먼저 한줄기에 감자가 일곱, 여덟 개는 달려있었고, 그중에서도 네다섯 개는 알이 컸다. 작물 수확의 기쁨을 여실히 누리는 순간이었다. 뭐랄까. 자녀가 건실히 자라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아래 사진처럼 한 뿌리에 가득히 감자가 자랐다. 총 15 뿌리 정도 심었는데 세네 개의 감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성공인가 싶다. 


이어 다음 사진들은 나름 열심히 자라고 있는 방울토마토, 고추, 호박이다. 방울토마토는 7~8월이 수확시기라 아직 키우고 있는 중이고, 고추는 몇 번 따먹었는데도 곧잘 자란다. 호박은 얼마 전 텃밭을 너무 가려서 좀 다듬었는데, 아들 순에서 과실이 잘 달려주었다. 처음 텃밭을 가꾸는 입장으로써 보자면 잘 자라준 작물들이 대견하고, 스스로가 뿌듯하기도 하다. 

밭일을 하다 보면 종종 벌레들도 만나보게 되는데 왜인지 친숙하다. 친구 같은 느낌이 있다. 감자를 캐면서는 둔덕을 덮었던 비닐멀칭도 벗겨주었는데 지네와 각종 벌레들이 지내는 것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지네는 확실히 아직 징그럽기는 하지만 전처럼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연이 주는 교육이 얼마나 아름답고 존귀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날이다.


* 감자를 캐고 나니까 밭이 허전하다. 옥수수는 높이 자랐는데 알이 맺히지를 못했다. 다음 번에는 좀 더 알아보고 성심성의껏 키워봐야겠단 다짐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추 방울토마토와 마침내 마련된 진정한 시골라이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