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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Sep 16. 2020

기록이라는 게 그렇게나 좋은 거라고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록의 3가지 장점!

우리는 온갖 기록들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다. 일상에서는 ‘일기’, 직장에서는 ‘보고서’나 ‘계약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들을 떠올려보라. 세계적인 독서가 알베르토 망구엘 작가는 저서 <독서의 역사>에서 기록과 관련된 재밌는 일화들을 소개한다. 먼저 간단하게 한 가지를 소개하기에 앞서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겠다. 기원전에 사용되던 기록물은 어떤 형태였을까?


지금의 책 형태? 양피지? 석판? 많은 것들이 생각나겠지만, 그중 단연 원초적이라 할 수 있는 건 ‘점토’다. 1984년 시리아 지역에서 작은 진흙 조각 2개가 발견됐다. 이들은 6천 년 전에 왕성했던 텔 브라크라는 도시에서 살던 수메르인들이 사용한 일종의 사유재산 기록물이라고 보면 된다. 언뜻 보면 일반적인 돌 위에 사각형 홈과 일종의 그림 같은 게 새겨져 있는 모양인데, 각각 숫자와 동물을 나타내는 형상이라고 전해진다.


[사각형 홈이 10을 의미하고, 문양은 동물(염소나 양)을 상징한다. 출처 : <독서의 역사>]


기록은 3가지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록들이 대체 어떤 일들을 하길래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걸까? 알베르토 망구엘 작가는 독자들에게 2가지의 장점을 어필한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한 가지 장점을 덧붙여보려 한다. 앞선 두 가지는 지적 발달을 가속시켜주고, 지적 가르침을 선물해준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일 장점은 기록이라는 녀석이 참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1. 기록이라는 건 인지 능력을 향상해 지적 발달을 가속화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임스 힐먼은 어린 시절에 이야기를 직접 읽었거나 다른 사람이 읽어 주는 것을 들으면서 성장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줄거리로만 듣고 자란 사람들에 비해 예지력이 훨씬 뛰어나고 정신 발달 상태도 더 낫다고 주장했다. 일찍부터 삶을 경험한다는 것, 그것은 이미 인생에 대한 전망을 얻는 것이다. - <독서의 역사> 중에서

 

첫 번째 장점은 지적 발달을 가속화해준다는 점이다. ‘책’을 예로 들어보자. 책은 선조들의 다양한 경험들을 정리한 기록물이다. 아이들(때론 성인들도)은 책의 내용을 읽거나 들으면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정신적인 성장을 유도하는 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일상생활에서도 똑같다. 우리는 무언가 잘 안 되는 일이 있거나, 어려움에 닥치면 온갖 사람들에게서 조언을 구한다. 특히 이미 경험해 본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서 듣는 경험적 조언들은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그 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적합한 프로세스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더군다나 ‘아, 그거 나도 겪어봤는데 힘들겠다..’라며 간단한 공감 표시를 해준다면? 그들이라면 우리의 입장이 되어 공감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 덕분에 믿음이 샘솟기 시작한다.


 2. 기록은 선조들의 가르침이라는 선물을 준다.

 

말 그대로다. 기록은 온갖 가르침들을 무지한 우리들에게 선물해준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가르침들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그 유명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공자의 <사서삼경>, 예수의 <성경>, 부처의 <불경> 등도 마찬가지다. 기록되지 않았다면, 성인들의 가르침들은 우리에게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성인들의 가르침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 기록이 없었다면 진리에 가깝다고 말하는 생각들,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방법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깨달아야 했을 것이다. 심지어,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철학’, ‘종교학’ 등을 비롯해서 세상의 모든 학문들은 그저 구전으로만 전해져 내려올 뿐, 이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씻을 수가 없다.


 3. 기록은 참 자기를 성찰할 기회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록의 장점은 성찰의 기회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일기’를 예로 들어보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일기를 하루하루 쓰다 보면, 오늘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알차게 보냈는지를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만족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다짐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만족한다면, ‘오늘도 열심히 살았구나. 장하다. 내일도 더 열심히 살자!’라며 자아 존중감을 높일 수 있다.


일기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얼마 전, 책장에 꽂힌 것들 중 유독 수첩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 수첩을 열고 보니, 무려 4년 전에 적었던 다이어리임을 직감했다. 이후로는 거의 무아지경으로 다이어리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당시 연애하던 분과의 이야기, 취업 준비에 힘들어하던 심정,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귀여운 고민들이 적혀있었다. ‘생각보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비교적 나태해진 지금을 반성하게 됐다.(반대로 사기충천, 동기부여되기도 했다!)


기회다 된다면, 아니 만들어서라도 기록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기록이라는 건, 3가지를 선물해준다. 인지 능력을 향상해주고, 선조들의 가르침을 선물해주기도 하고, 때론 자아를 바라보게 해 주고 의욕을 충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점이 많다고 해서 당장 고차원적인 기록물을 만들거나, 기록물들을 하루에 2~3시간씩 공부하라고 권유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일기’라는 활동을 통해 하루의 심정을 한, 두 줄 정도로만 정리해보는 걸 추천한다. 점심시간이나 자기 전 딱 30분 정도만을 좋아하는  분야의 책 읽기에 할애하는 걸 권유해본다. 일기-독서라는 간단한 두 활동만으로도 일주일이면 큰 변화를 얻게 되는 자신을 바라보게 될 테니까!


 * 재밌는 상식! 


옛 선조들은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지금과 똑같이 읽었을까? 흥미롭게도 ‘음독’이라는 독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음독이란, 글자를 큰 소리를 내며 읽는 걸 뜻한다. 옛 조선 서당에서 “하늘~천~따~지”처럼 암송하는 걸 떠올리면 좋다. 이는 유럽 사회에서도 보편적인 문화였다. 4세기 로마 시대에 활동했던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성 암브로시우스가 묵독(소리 내지 않는 독서)하는 것을 보고 이런 말을 기록했다.

“책을 읽을 때 그의 두 눈은 책장을 뚫어져라 살피고 가슴은 의미를 캐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혀도 움직이지 않았다.” - 성 아우구스티누스, 그는 이러한 내용을 그의 저서 <고백록>에서도 언급한다.

 이런 기록을 한 걸 보면 묵독이라는 독서 형태가 이상하게 비쳤던 것 같기도 하다.(물론 지금은 보편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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