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교준 Sep 20. 2020

한 해의 75%가 지나는 기점에서 '나 돌아보기'

평소엔 보이지 않던 네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성공은 최종적인 게 아니며 실패는 치명적인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하고자 하는 용기다.” - 윈스턴 처칠


우리는 당장 앞에 부닥친 일들을 처리하기에도 급급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때문에 ‘자신을 돌아보라’며 독촉하는 자기 계발서들의 말을 ‘내일부터 해야지’ ‘나는 꼭 필요하다는 걸 못 느끼겠는데..’라는 태도로 묵살한다. 솔직히 당장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보다는 관심 있는 사람은 잘 지내는지, 유튜버의 일상은 어땠는지를 더 궁금해하는 게 우리다.(전 세계 사람들이 하루에 10억 시간 이상을 유튜브 보는 데 쓴다는 걸 아는가? 이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더 관심 있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증거로 삼을만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꿈을 이루기 위해선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라는 식의 말을 던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로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적절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인생이라는 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 도착지로 향하도록 재조정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따라서 나는 이게 정말 효과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하루를 계획해보고 얼마나 실천했는지를 기록하는 ‘나 돌아보기’ 프로젝트다. 


5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서 나는 분기별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실천해 왔는지를 확인한다. 중요한 점은 이 활동은 단순히 ‘열심히 살았구나’하는 만족감만을 얻으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나는 어떤 상황에서 의욕이 떨어지는지, 어느 요일에 가장 힘들어하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해주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삶을 기록하면서 느낀 것들

 

인생 실천 정도 기록

위 사진은 내가 그동안 주 단위/일 단위로 하루의 실천 정도(%)를 기록한 자료다. 가로 행은 주 단위로, 세로 열은 일 단위로 실천 정도를 기록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아래 산발적으로 칠해져 있는 노란 칸들은 활동의 종류를 구분해놓고, 해당 주차에 실천한 활동들을 표시한 것이다. 즉, 주차별로 노란 셀이 많은 때는 그만큼 많은 활동을 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삶을 수치적으로 기록하면서 네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적당히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과 조금씩이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어떤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와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이 나를 위해 얼마나 고생해주는 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1. 적당히 만족할 줄도 알아야 정신 건강에도 좋고 자신감도 생긴다. 

 

어떤 이들은 이왕 하는 것 하루하루 100%를 꽉 채워야 좋은 게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100%를 채워야만 보람찬 하루라고 한다면, 나는 거의 매일을 좌절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록들을 보면, 대부분 80 ~ 90%에 걸친다. 심지어 어떤 날은 50%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사람 사는 세상이란 게 생각대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리라. 특히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회식’처럼 사람들과 관계해야 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내 일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대신 이런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80% 정도에도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면, 대부분의 날을 '만족'하며 끝마칠 수 있다. '오늘도 보람찼다~'하며 말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실천 정도가 떨어진다고 너무 우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 덜 했다면, 내일 좀 더 하면 되기 때문이다. 부족했던 날의 다음 날, 하루를 계획할 때가 되면 나도 모르게 ‘오늘은 어제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봐야지!’라며 다짐하게 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다시 하루를 마무리할 때가 되면, ‘오늘은 알차게 살았구나~ 좋다!’라며 보람과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날 조금 덜 했던 일이 다음 날 기쁨을 배로 느끼게 해 준 ‘향신료’ 역할을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2. 조금씩이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것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 공자

 

4대 성인 중 한 명인 공자는 멈추지만 않으면 성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을 보면, ‘누구나 성공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 책들을 써낸 이기주 작가도 30대 후반이 돼서야 무명작가의 운명을 벗어났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작가도 수년간 출판사들의 외면을 받다가 브런치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나는 누구나 자신의 때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는 편이 삶에 대한 조급함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대신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같이 믿어야 한다.                     

월별 실천 정도

약 5개월간 실시된 월별 실천 정도를 비교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실천력이 강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결과를 보면 ‘계속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덧붙여서 적어도 ‘실천해나가는 모습 하나는 잘 지켜가고 있구나’처럼 안도감도 생긴다. 다행히도 나는 멈추지 않고 있다는 노력의 결과로 아주 조금씩이지만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한 가지 희망적인 메시지를 덧붙여보자면, 이런 결과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나는 특출 나게 재능이 높거나, 일머리가 타고났다거나 남들이 말하는 ‘천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극히 평범한 나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이런 성장을 보이는데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노력하고 있을 당신이라면 분명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고 있다.


 3. 상황에 따라 내가 어떤 영향을 받는 지를 알게 된다. 

 

삶의 실천 정도를 기록할 때 요일별로 기록해둔 것도 꽤 흥미로운 메시지를 준다. 누구나 다 겪고 있는 ‘월요병’을 나도 극명하게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 표는 요일 별로 실천 정도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를 정리한 자료다. 월요일의 실천 정도를 보면 다른 요일에 비해 가장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월요병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다른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월요병이 이 현상을 설명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우리는 ‘월요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월요일을 두려워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휴식’에서 ‘일’로 의식의 초점을 옮기는 시점이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초점을 갑자기 반대쪽으로 옮기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하다못해 게임을 하다가 밥 먹으라고 했을 때, 몸을 식탁으로 옮기기에 많은 시간이 드는 것도 유사한 이유일 테다. 

반대로, 휴식의 정점을 찍는 토요일이 되면 나의 실천 정도는 가장 높아진다. 이는 필히, ‘나만의 시간’이 확실하게 확보되서라고 생각한다. 다음 날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 덕분에 일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내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꼽자면, 활동이 많아지면 실천 정도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술자리가 있을수록 실천 정도가 낮다는 점도 있다. 이는 비교적 당연한 결과긴 한데, 기록을 통해 확인하게 됐다는 것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직장인으로서 회식이 있으면, 자기 일을 못한다는 것쯤은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4. 주변 사람이 나를 위해 얼마나 고생해주고 있는지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깨달은 부분은 ‘세상은 아직 참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 준 부분이다. 주변 사람이 나를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일례로, 6월까지 나는 교육을 받으러 가신 부서의 팀장 격 선배의 부재로 그의 일을 대신 맡고 있었다. 그럼 이제 5월과 6월의 실천 정도를 보자. 7~9월의 실천 정도보다 확연히 낮은 걸 알 수 있다.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하루하루 ‘선배가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만큼 선배의 빈자리는 거대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다른 부서에서 이 부분을 고려해서 일적인 측면을 배려해주기는 했다. 그러나 선배님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떠안고 계셨었고, 부서원들에게 고통이 가지 않게 막아주고 있었다는 걸 깨닫기에는 충분했다. 


부서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리자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기네들은 하는 것도 적은데 왜 이렇게 우리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란 식이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그들은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막아주고 있다. 우리가 힘들어할 법한 일들을 쳐내 주기도 하고, 상위 부서와 협조를 통해 일을 덜어주기도 한다. 어떤 일은 자신이 알아서 처리해주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일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를 통해 선배님을 더 좋아하게 됐고, 존경하게 됐다. 그리고 이 마음은 출근의 부담감을 한층 낮춰주는 역할을 해줬다. 결론적으로는 나 자신의 부담감을 낮춰줌으로써 삶의 가치를 높여준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미워했던 그들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출근하고 나면, 한번 그들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라. 미움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리해보자면, 올 가을 ‘나 돌아보기’ 프로젝트는 내게 여러 깨달음을 전해줬다. 세상에 100%는 무리한 목표다. 대신에 80% 정도에도 만족하는 법을 배우면, 세상이 좀 더 밝아진다. 여기서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80%도 엄연히 어제의 나보다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멈추지만 않는다면 우린 분명 성장한다. 월요병을 겪고 있는 우리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릴 위해 노력해주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여즉 좋은 사람들이 많다. 새삼 힘든 일이 있다면, 주변의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해보는 걸 권유한다. 빨간불이었던 세상이 한 번에 파란불이 되진 않더라도, 노란불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럼 우린 스스로에게 ‘휴식’을 줄 수 있고, ‘아직 잘 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셈이다.

작가의 이전글 기록이라는 게 그렇게나 좋은 거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