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by 라윤영

계간 <시와 사람>에 실린 길상호 시인의 글을 읽는다. 운문이와 산문이 물어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운문이와 산문이 그리고 물어를 직접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들이 무서웠는데 그들은 오히려 나를 무서워하는 듯 보기 좋게 숨어버렸다. 내게 고양이는 어린 시절의 공포였는데 길 시인에겐 시를 얻을 수 있는 애완동물 이상의 가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설의 고향이나 호러무비에서 등장하는 무서움과는 거리가 멀다. 틈틈이 시간을 내어 여행을 다니면서도 그에겐 주어진 삶이 있다. 그 삶은 고상한 예술세계와는 거리가 있는 생존이기도 한 듯하다. 생존은 사실 모든 인간이 수긍할 수밖에 없는 보편타당한 치열한 삶의 전쟁이다. 그런 전시상태에서 인간의 위기나 한계가 나올법하지만 길 시인은 그림과 시라는 두 가지 세계의 일치를 기획하고 그것에 몰두한다. 그러한 몰두가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그는 얘기하고 있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환승을 해서 종로까지 출근을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을 하고 진이 빠진 채 돌아오는 귀갓길 속 여러 가지 풍경에 잠시 눈을 돌린다. 나비와 풀잎과 묵직한 바람이 보인다. 시간의 전환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기란 영원한 숨바꼭질처럼 지루하다. 몰두한다는 것, 집중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 무엇에 몰두하고 있을까. 나도 활력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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