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종로 3,5가의 풍경은 술에 취해있다. 취객들의 벌건 얼굴을 마주치게 되면 눈길을 피한다. 멀쩡한 시력으로 바라보는 취중 세계란 내게도 늘 두려운 것이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음량을 높였고 할 말이 없는 나는 조용히 앉아서 전철을 기다릴 뿐이다.
약간의 허기가 찾아온다. 어제까지 일하고 오늘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아는 동생의 허무한 표정이 가시질 않는다. 신다 버린 헌 운동화처럼 '쓸모없음'에 대한 슬픔이 내게도 전해진다.
그 슬픔은 세상 것과는 다른 슬픔이다. 분노를 함유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는 지금 슬프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어제까지 일했던 검은 손가락 같은 마음임을 안다. 더럽혀진 그의 손가락 끝 마모된 손톱은 해고된 인간의 마음이다. 나 역시 2017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지나간 계절은 왜 잊히지 않는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사각지대의 늪 속에서 날마다 발버둥치는 우리들의 모습은 현재도 진행형이다.평화로울 수 없는 불안한 전쟁터가 바로 이 세상이 아닐까.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행복한 세상으로 발을 뻗어야 한다. 디딜 곳조차 없는 마음에 이를 때 실망하고 자신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늘 장애물이 놓여있고 언제 폭발할지 모를 부비트랩은 산재해 있다.
우리에게 날개가 있다면......
날개가 있다면 날자, 날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개미가 개미에게>
/라윤영
톱날에 베인 나무처럼 공장에서 해고당했다
호주머니에 남은 천 원짜리 지폐와 동전 몇 개
공원 빈 의자에서 깡소주를 들이켠다
이유 묻지 않는 낡은 의자가 자리를 내주었다
땅바닥에 개미가 지나간다
나도 가난한 일개미였다
앞만 보고 가는 개미 앞을 딱 막아섰다
멈칫 올려다 본 개미와 눈 마주친다
개미를 보는 개미는 안다
검은 몸뚱이 험한 세상 앞만 바라본 행로를
밟혀도 죽고 강물을 만나 돌아가기도 하고
때로 향기 좋은 꽃밭을 지나기도 했다
푸른 이파리는 허공의 좋은 침대다
나무에 올라가 운수 좋은 날
하늘광장의 흰 구름 휘휘 저어 구름지도를 새겼다
골목길 따라 발자국 도장을 찍고
개미가 개미에게 가고 있다
♡♡♡ 라윤영 시집 <어떤 입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