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군주론
/이민호
참다운 가을은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법
저자와
같은 하늘 아래 있고 싶지 않다
쥐도 새도 모르게
가을바람이 나를 쓸고 가버렸다
수없이 말없이
피를 보고 돌아온 날이면
참다운 사람이 그리워
마른 눈물을 흘렸다
사랑받기보다는 두려움에 발길을 돌렸던
가을날들
***
완연한 미연 (이민호 시집. 북치는 소년, 매혹 시편 0)
☆☆☆
올가을은 산을 많이 오르지 못했다. 가을이면 낙엽 밟으며 홀로 산에 오르기를 즐겼다. 여러 가지 생각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너무 세상일에 몰두한 탓일까, 아니면 내버려 둔 탓일까. 실속 없이 분주하기만 했다 사람들을 살펴보지 못했다. 저녁이 되전화를 걸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가 사라진다. 아무런 격식 없이 가까운 사람들이 그립다.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본다. 절대 쉽지 않은 산길이다. 꽃을 만나기 위해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기 위해 나무들의 잔잔한 바람 소리마저 어떤 수고로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산을 가야 만날 수 있고 땀을 흘려야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사람과의 관계 역시 노력하지 않으면 연계될 수 없다. 우정은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가을이라는 계절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다. 홀로 남아서 영원히 빛날 별을 바라보리라 마음먹는다.
멀고 아득한 사람 냄새를 미치도록 그리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