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기쁨

by 라윤영

#금연 6일 목요일

금연 6일 차 잘 견디고 있다. 흡연 욕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34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태워버린 담배라 그런지 후각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몸에 밴 니코틴 냄새를 맡는다. 내 몸의 내부에서 아직도 씻기지 않은 냄새 같다. 담배 한 대가 주는 위로보다는 시 한 편이 주는 위로를 택해야 한다. 딸의 생일이 다음 주이다. 이번 금연은 딸에게 주는 생일 선물인 동시에 아내에게 아들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욕구불만과 해소

문예지 투고나 창작지원금 지원 같은 건 당분간 안 하기로 했다. 과대한 욕구는 그에 상응하는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 도전은 늘 중대한 화두이고 실천이긴 하지만 지금은 무모한 도전보다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성장시켜야 할 때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세상과 함께 둥글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삶은 늘 치열하였고 앞으로도 그러하지 않겠나. 공무원도 아니고 정규직도 아니고 그저 손톱이 닳도록 손가락 움직이며 간신히 밥 먹고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이 그러하다. 현실을 직시하지만,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 다행히 스스로 읽고 쓰는 시가 있으니까. 이번 금연에 성공하면 다른 목표를 세우고 싶다. 하루에 한 번 웃기, 푸른 하늘 한 번 바라보기, 하루에 시 한 편 쓰기 같은 목표.

#자존감과의 싸움

아들은 고 2되지만 딸은 아직 초등 6학년 되고 있다. 51세라는 나이에 비하면 조금 늦은 편이다. 계산해보면 앞으로 10년 최소 61세까지는 현역으로 일해야 아이들 성장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끝이 보이는 끝물이다. 무엇을 해서 살아가야 하나 지금부터라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걱정은 안 하고 싶다. 뭘 해도 먹고는 사니까. 자존심의 문제에 부딪히지 않는 한 똥이라도 퍼야 한다.

#사소한 기쁨

남의 일이 아니라 내게 처한 현실이다. 아무래도 나는 책상 앞에서 글 쓰고 책 읽고 사는 팔자는 아니다. 노후에 여행 다니면서 여기저기 관광하는 스타일도 이미 아니다. 일하면서 틈틈이 글 쓰고 작은 일에도 사소한 기쁨에도 감사하며 사는 것뿐이다. 세상에는 슬픈 일이 참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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