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은 /by 라윤영
성탄절 다음 날 아버님 기일을 당겨서 이번 주 토요일로 정했다. 대전에 사는 여동생 일가족이 온다고 전해 들었다. 얼마 전 카톡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형과도 통신을 주고받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서로에 대한 거리감은 훨씬 더 이격 되고 있다. 조금씩 허리와 어깨가 구부러지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세상은 잠시 슬퍼진다. 현재 형제자매를 한 곳에 집결시키는 힘은 어머니에게서 나온다. 비록 형은 한국에 오지 않지만, 가끔 문자를 주고받는다. 솔직히 나는 모든 게 귀찮다. 지칠 대로 지쳤고 갈 데까지 가버린 사람처럼 인생은 그리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나의 길과 그 길이라도 밟고 따라오는 핏줄 덩어리들 때문에 살고 있다. 어떤 덩어리는 사랑으로 뭉쳐져서 흩어지려는 내 삶을 다시 모이게 해서 살게 한다. 가장의 무게 따위에 두 발 휘청거리지 않을 자신감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여생을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태어나게 하였으니 최소한의 책임은 지고 떠나리라는 미천한 결의가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가끔 아내의 얼굴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고 나를 만나 살아가는 아내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나는 살다가 병나면 어느 고요한 산길에 이르러 짐을 풀고 풀잎 덮고 잠들리라는 마지막 희망만은 스스로 져버리지 않으려 한다. 미련 없이 이 겨울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