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행

by 라윤영

요즘은 문득문득 과거 여행을 떠난다. 얼마 전 다시 갔던 가능역 사거리에서 한동안 살았다. 철둑 건널목이 있었고 역명조차 가능역이 아닌 북부역이었다.
신호등조차 없었던 도로는 가끔 교통사고가 났었다.
몇 번이나 차에 치일 뻔했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자주 회상을 하게 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삶의 전반전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후반전이 이어지겠지만, 지금부턴 아무도 모른다는 직감이 든다.

인생을 살면서 몇 가지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 차마 다 얘기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자기 자신을 세워두고 얘기하게 된다. 너는 그때 왜 그랬냐고 묻는다. 그럴 때 상처를 핀셋으로 들춰내는 아픔 같은 게 있어서 그만둔다. 그런 의식은 무의식 중에 재현되기 일쑤이다.

가족들 얘길 들어보면 자면서 얘길 많이 한다고 들었다. 아들이나 아내의 표현에 의하면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한 발음에 논리적이기까지 하다고... 그렇게 밤새 떠든다고... 내가 얘기하는 말을 듣고 깬 적도 있으니 심하긴 심한 것 같다. 때로는 유창한 영어로 대화하기까지 한다는데 나의 영어 수준은 미국인과 원활한 대화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스트레스나 잠재된 불만이 있어 보이지만 병원까지는 안 가려고 한다.

과거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질 못했다. 주어진 현재를 최대한 미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아름다움으로 발길 돌리고자 한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선 잠을 푹 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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