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락동으로 이사 온 후론 줄곧 도봉산에서 환승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도봉산에서 의정부 가는 호원동 길은 별로 변한 게 없다.옛 추억이 자주 소환되는 길목이다. 의정부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그래서인지 고향처럼 느껴진다. 고향이란 태어난 곳이 아니라 마음 두고 살아가는 곳이다.
가능역에 가면 술 취한 아버지의 자전거가 있다. 오래된 가로수도 그대로 있다. 지금은 곱창집으로 변해버린 작은 짜장면집을 일부러 지나갈 때가 있다. 생각난다. 아버지의 부르튼 손과 철가방을 매고 배달 가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애들이 짜장면집 아들이라고 놀릴 때가 많았다. 손에 쥔 철가방은 때로는 무기로 둔갑해 버리곤 했다.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 교무실로 배달 가던 날은 그랬다. 학교에선 선행상을 주기도 했지만 그건 내가 착해서 받은 게 아님을 나는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가끔 혼자서 짜장면을 먹는다.그릇 속에 아버지가 보이고 젊은 엄마도 계신다. 나는 짜장면을 주식으로 먹었던 아이였다. 어쩌면 그런 점이 애들은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당시의 짜장면은 가난한 집안의 애들에겐 일 년에 몇 번 안 먹는 특별한 음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짜장면을 늘 가까이했던 나는 행복한 아이였던 거 같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느냐의 관점은 행복과 불행한 마음을 구분 짓기도 한다. 과거가 혼탁하고 어두웠다 할지라도 지나와 돌이키면 모두 햇빛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면 따뜻해진다. 내겐 아버지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