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 나가다 보니 얼굴이 변한다. 은은한 미소도 없고 말도 거칠어진다. 노동을 감시하며 옆에서 잔소리하고 더 많이 들라하고 더 빨리하라고 한다. 대부분 신경을 안 쓰는데 가끔 때려주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알고 있다. 나는 공격받지 않는 이상 절대로 사람을 때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한 예수를 생각한다. 나에게 그 마음이 전해져 원수를 만들지 말라고 다짐한다. 이미 원수가 된 관계는 지나가자. 미워하는 마음은 쉽다. 사랑하는 마음보다도. 처음 본 사람인데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긴다. 가을은 지나치게 아름답고 과도하게 빈곤하다. 빈곤에 처할수록 독해져선 안 된다. 맹수가 되면 안 된다.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중에서 쏟아부은 파이프를 종일 옮겼다. 생각보다 많이 지쳤다. 집에 와서 가족의 얼굴을 본다. 못난 남편을 반겨주고 못난 아빠를 맞이하는 아이들의 웃음...
나는 내일 또 일을 찾아 나설 것이다.
*의정부 을지병원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