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논현동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탄다. 인력 소장이 이젠 일을 날마다 챙겨준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은 강도가 있는 일인 것 같다. 평소 14만 원짜리 일인데 오늘은 17만 원 일당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터로 그냥 간다.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거냐고 묻지 않는다. 그런 질문은 늘 의미가 없다. 부딪혀보고 느끼는 감각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귀금속 세공도 사실상 끝물이었고 그 분야의 인맥도 이젠 바닥을 드러냈다. 새로운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조차 선뜻 내키지 않는다. 무엇인가에 얽매여 사는 일이 이젠 싫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을 생각하면 나의 자유보다는 묶어두는 게 맞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사회는 나를 더는 쓸모 있는 구성원으로서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심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 기대한 바가 없는 사람에게는 실망조차 사치이기 때문이다. 하루의 삶이 전부일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하루가 간다. 세상에 바라지 말고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게 자기 자신이냐고 묻거나 따지지 말고 묵묵히 세상과 현실을 받아 쓰며 내 삶의 여백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인간은 유한하다. 존재란 영원 무구한 자기 실체를 믿으며 사는 것이고 실제로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존재 하지도 않는 것이고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죽음이란 한편으론 마음 편한 안식이다. 미래를 걱정하는 우둔함이 사라지기를 나 자신에 당부한다. 오늘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