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하고도 함께 놀지 않기로 했다
/by Na yoon yeong
올가을엔 산에 올라가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어디든 놀러 가본 적 없는 2020년이었다.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지 못한 내 잘못이다. 일 마치고 집에 와서 아들 개인과외 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아들이 시를 공부하면서 아빠인 나와 대화가 늘어났지만, 아들에게 도움은 주지 못한다. 시는 내게도 아직 끝이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쓴 시를 칭찬해준다. 사실상 나보다 잘 쓴다. 의욕과 열정이 가득한 아들에게 칭찬만큼 자신감을 주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가끔 느낌을 솔직히 말해준다. 그것뿐이다. 시는 자기 자신이 쓰는 것이다. 누군가 나의 삶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세상의 수많은 "나"들은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곁에 아무도 없으면 외로움을 느낀다. 대체할 수 없는 시간 앞에서 누군가를 찾고 갈망한다. 아무도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고 짙은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아무하고도 함께 놀지 않기로 했다. 내 안의 지친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키도 자라지 않고 나이도 먹지 않은 취학 전의 작은 아이는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간다. 가끔 그 아이를 찾아가 놀아주기에도 분주하다. 가족은 늘 나를 바라본다. 그런 가족이 있어서 아이와의 만남도 길지 않다. 가을이 가기 전 아내 손을 잡고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며 가까운 도봉산이라도 올라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