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윤영 Oct 16. 2020

나는 아무하고도 함께 놀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아무하고도 함께 놀지 않기로 했다
/by Na yoon yeong

올가을엔 산에 올라가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어디든 놀러 가본  없는 2020년이었다.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지 못한  잘못이다.  마치고 집에 와서 아들 개인과외 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아들이 시를 공부하면서 아빠인 나와 대화가 늘어났지만, 아들에게 도움은 주지 못한다. 시는 내게도 아직 끝이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시를 칭찬해준다. 사실상 나보다  쓴다. 의욕과 열정이 가득한 아들에게 칭찬만큼 자신감을 주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가끔 느낌을 솔직히 말해준다. 그것뿐이다. 시는 자기 자신이 쓰는 것이다. 누군가 나의 삶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세상의 수많은 ""들은  사실을  알면서도 곁에 아무도 없으면 외로움을 느낀다. 대체할  없는 시간 앞에서 누군가를 찾고 갈망한다. 아무도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고 짙은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아무하고도 함께 놀지 않기로 했다.  안의 지친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키도 자라지 않고 나이도 먹지 않은 취학 전의 작은 아이는 아직도  안에서 살아간다. 가끔  아이를 찾아가 놀아주기에도 분주하다. 가족은  나를 바라본다. 그런 가족이 있어서 아이와의 만남도 길지 않다. 가을이 가기  아내 손을 잡고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며 가까운 도봉산이라도 올라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준비된 아버지로 살다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