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힘이 필요할 때
몸이 무척 무겁다. 요즘 현장에 나가면 일을 열심히 안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맞는 말이다. 열심히 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몸이 잘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아직 나에겐 생소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연장을 가지고 오라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버벅거릴 때가 있다. 빠루를 사용하는 일도 드릴을 사용하는 것도 서투르다. 그런 것도 그렇지만 손목과 어깨가 약해져서 무엇이라도 들면 통증이 찾아온다. 이런 상태에서도 무조건 일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다. 평일과 토요일까지는 쉬지 않고 일하고 일요일만 쉬어야 어느 정도 생활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인력사무실도 무슬림 권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많이 온다. 이들에게 한국인들이 일자리를 뺏기는 일도 있다. 생각보다 몸 사리지 않고 일하는 외국인들 보면 반성이 되기도 하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열심히 일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든다. 스타일이 이런 건설 노동이 아니니, 깊게 반성하고 싶지는 않다. 하루하루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퇴근하는 게 우선은 나의 목표이다.
삶의 밑바닥이란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업은 귀천이 있으며 밑바닥도 엄연히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한 건 정신의 힘이다. 어느 자리에 어느 시간에 있건 굴하지 않고 현실을 살아내는 힘이다.
나는 마음이 약해지고 몸이 쇠하여질 때 나의 정신을 곧추세워놓곤 한다. 강한 바람에 머잖아 무너질지라도 그러한 반복 속에 나의 삶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도 안전을 생각하며 좀 더 힘을 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