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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윤영 Oct 20. 2020

시인

남들이 나를 시인이라 부를 , 시인임이 부끄럽다.
그럴 때면 꺼내 읽는 시가 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시인협회  무수한 시인들이 우리나라엔 있다. 남들이 시인이라 부른다고 시인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시인이라고 우겨보는 사람도 
시인이 아니다.
나는   편의 시를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아직도 멀리 있는 시인이 되기 위해...
 시를 보라.

<시인전(詩人傳)>
 
   정우영
  
  그는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고자 했으나 나오는 말은 언제나 불평뿐이었다. 불평에 불평이 거듭되자 그의 마음은 자꾸만 말라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마음속으로 홀연히 까지가 한마리 날아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던 바로  까치였다. 까치는 깃들여도 좋을까요 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는 귀찮다는 몸짓으로 마음 한켠을 비워주었다. 이끼  돌무더기만 가득한 곳이었다. 까치의 날갯짓은 참으로 날랬다. 둥지를 짓는가 싶더니  하늘을 열어 볕을 잡아끌었다. 밭을 만들고 비를 일으켰다. 까치는 맑고 기름진 말의 씨를 뿌리더니 가꾸기 시작했다. 말은 금방금방 자라났다. 말은 수많은 봉오리를 맺고는 이내 꽃들을 터뜨렸다. 그가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따뜻한 향기가 마음밭에 차올랐다. 그는 그제서야 퍼뜩 깨달았다. 본래 말이란 것은 이렇듯 황홀한 꽃이었구나하고. 그러자, 문득 까치가 까작 하고 날아오르더니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까치를 따라 그의 마음밭에 심어져 있던 불평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깎이고 뒤틀린 말들도 무너지고 사라졌다. 나중에는 거름으로 바뀐 덤불만 남았다. 얼마  그의 마음에도 까치밭의 말들이 건너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그는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때부터였다. 사람들은 그를 시인이라고 불렀다. 시인, 영혼이 투명해지는 이름이었으므로 그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정우영 시집. 집이 떠나갔다(창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김종삼 매혹시편
/이민호 시인 펴냄
/출판. 발행: 북치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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