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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윤영 Jun 02. 2021

버스 일기


버스 일기


마을버스를 시작한  7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사고는 없었지만, 민원 제기가 3 있었으며 그때마다 경위서를 써야 했다. 웃으며 대해야  버스 안팎 사람들이 적으로 둔갑한 사건이다.


카드가 없다면서 차비를 안 내고 매번 요구르트 한 병을 건네는 이상한 여자는 이번에도 차비를 안 내시냐고 물으니까 왜 시비를 거냐고 큰소리를 친다. 차를 세우고 시동을 꺼버린 채 경찰을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러기엔 에너지 소모가 커서 그만두었다. 무임승차는 30배의 차비를 내야 한다. 정상적인 여자가 아니었다. 다만, 다음부터는 안 태우겠다고 말하자 다른 정류소에서 급히 내렸다. 그 여자는 왜 내 차만 4번이나 탔을까. 휴대전화로 글을 써서 사우나 가려는데 8천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 여자에게 나는 도대체 무엇하는 사람으로 보였을까. 그 여자를 내려주고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져 왔다.


지난달은 어떤 여자가 정류소 아닌 도로 중앙에 나와 버스를 세웠다. 옆에 차가 오고 있었다. 다칠까 봐 차를 세우고 태웠다. 마스크를 안 쓰기에 쓰라고 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마스크를 입이 아닌 이마에 쓰는 것이 아닌가. 제대로 쓰라고 말했다. 그러자 나를 보며 킥킥 웃으며 윙크를 하는 게 아닌가. 차비를 내시라고 말했더니 천 원밖에 없다며 반쯤 접은 천 원 지폐를 넣으며 계속 킥킥대며 웃었다. 그리고 계속 마스크를 이마에 쓰고 있었다. 되도록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웃음소리는 마치 정신병동 창가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와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그저께는 성모병원에서 우회전하는데 차 꼬리가 횡단보도를 막 벗어나려는 순간에 사이드미러에 보행자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사각지대였다. 신체적 접촉은 없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 실수였다. 창을 열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 갑자기 등산용 지팡이로 차량 후미를 두드리면서 "야! 이 새꺄! 왜 사람을 뭉개려고 그래 새끼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런데 무엇인가 끓어왔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왜 욕을 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사진을 찍으면서 "너 새꺄~ 사진 보내줄 게"라고 말한다. 아마도 시청이나 회사에 보낼 작정인 것 같았다. 오분 뒤에 있었던 일을 그냥 잊기로 했다. 오분 간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지우개를 들고 뇌 속을 말끔히 지우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8개월째 버스 운행을 시작한다. 마을버스 1년을 채우고 시내버스 회사로 간다는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5개월을 더 채워야 한다. 앞으로 5개월간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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