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시장
| 라윤영
기필코 나가야 한다
비 내리는 새벽녘
들끓는 인력사무실로
땡볕 내리쬐는 공사장 한쪽으로
삽 한 자루를 들어야 한다
팔목이 잘리고 다리가 부서져도
벽돌을 짊어져야 한다
어깨 위 단단한 파이프
석고보드를 등에 지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정직한 눈물은
감추지 말고 흘려보내도 좋다
하루 일당을 움켜쥐고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볼 때
심장에 깃든 새 한 마리
훨훨 사라지는 오늘
아침이면 다시 나서는 인력 시장
질긴 목숨으로
웃고 있는 풀잎으로.
라윤영 시집 <개미의 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