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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윤영 Jun 02. 2021

인력 시장

인력 시장




| 라윤영




기필코 나가야 한다

비 내리는 새벽녘

들끓는 인력사무실로

땡볕 내리쬐는 공사장 한쪽으로

삽 한 자루를 들어야 한다

팔목이 잘리고 다리가 부서져도

벽돌을 짊어져야 한다




어깨 위 단단한 파이프

석고보드를 등에 지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정직한 눈물은

감추지 말고 흘려보내도 좋다




하루 일당을 움켜쥐고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볼 때

심장에 깃든 새 한 마리

훨훨 사라지는 오늘




아침이면 다시 나서는 인력 시장

질긴 목숨으로

웃고 있는 풀잎으로.



라윤영 시집 <개미의 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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