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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윤영 Jun 20. 2021

푸름으로 세우는 힘

푸름으로 세우는 




/라윤영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야 하나 사과는 붉어져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가라 하네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이 오로지


몸으로 공장에서 일해왔네


또다시 공장으로 가야 하나


순식간에 장갑이 벗겨지고


실업자로 전락한 신세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



무엇으로 하소연해야 하나



경기불황 침체 핑계로



감원 감봉 휘둘러대는 쇠파이프에



아프다는 소리도 못 질러보고 쓰러지는 노동자들


또다시 바람이 불어오면



허리 꺽인 풀잎들



다시 몸 세워 바둥바둥 안간힘 쓰네



쓰러지는 힘까지 모아



뿌리째 뜯겨나가지 않는



세우는 힘으로



다시 풀잎 되어



공장 뜰 앞 푸름으로.



*출처: 라윤영 시집 <개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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