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혼자 남는 게 두렵다고 했다.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것은 다시 찾을 수 없는 얼굴처럼 사랑처럼 쓸쓸한 일이다. 수많은 길을 한참 동안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하체의 근육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진다. 정강이에 그려져 있는 상처와 상처들을 본다. 넘어지고 깨지며 땅바닥을 구르던 기억이 그 상처 안에 있다. 내가 타인들로부터 상처 받았듯 나 또한 어떤 이들에겐 상처를 주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어릴 때 주머니에 넣어둔 구슬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듯 그런 상처는 주워 담지 못한다. 다시 담아 감추려 할수록 도망가버린다. 사람들은 마음속 주머니를 지니고 산다. 사람에 따라 생각하는 가치 기준에 따라 그곳에 담고 있는 내용물도 다르다. 누군가는 돈과 욕망을 담고 있을 터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정의와 양심, 지식 등등을 담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모든 이의 가슴엔 상처를 담고 살아간다는 것을... 맑고 고운 밤하늘은 별빛으로 찬란하다. 그러나 별은 서로 붙어 있는 게 아니라 거리를 두고 홀연히 빛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별도 생명을 다하듯 인간의 삶도 유한하다.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혼자 남는 법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거리가 있어야 홀연히 빛날 수 있다. 혼자 남을수록 상처는 확연히 드러나겠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해 줘야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인생을 무엇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무엇도 아니었던 자기 자신을 사랑해준다면 우리는 밤하늘의 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 그 빛을 바라보며 상처를 씻어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