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아버지와 이 땅의 아버지
아들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기 위하여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아빠로서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의 경우는 기대하고 바라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지 않음을 살아오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과정을 아들도 겪고 있음을 지켜보니 마음이 아프다. 나는 무엇인가가 잘 안 될 때마다 더욱 용기를 냈던 것 같다. 무모하리만큼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그런 도전과 실패 속에서 사람은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한다.
실패라는 결과물은 인생에서 너무 흔하게 발견되곤 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할 때 삶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실패를 인정하는 자는 다시 일어나야 함을 알고 성공에 이르기까지 노력한다. 실패를 인정하자. 절망의 끝은 사망이다. 나는 아직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모든 게 끝날 무렵 그래도 열심히 잘 살았다고 자기 자신을 칭찬해 주며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갖가지 실패는 살 전체를 흔들만한 것은 못 된다. 나의 자녀들이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아버지로서 마음이 아프다. 만약 하느님이 있다면 하느님 나를 보시기에도 마음이 아프실까? 생각한다. 신이 나를 버리시기 전에 내가 먼저 신을 버려야 할까를... 솔직히 지금의 나는 아이들이 믿고 의지하는 아버지가 못 된다. 그런 느낌을 받을 때 마음이 안타깝고 아프다. 하느님도 그러실까. 내가 당신에 대한 믿음이 없을 때 아무리 힘들어도 당신을 의지하거나 바라는 것 자체가 없을 때 안타깝고 슬프시려나...
신이 있어도 세상은 자기 주관대로 아무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 인간의 삶이란 신의 삶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의 삶이다. 자녀들에게 무엇인가를 대신하거나 책임질 수 없는 무력한 아버지인 나의 모습은 어쩌면 하느님 아버지를 닮았다. 이것은 신에 대한 모독은 아니라 미개한 한 인간의 자기 고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