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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윤영 Jul 23. 2021

지금 다시

직무 정지 이후 줄곧 5일째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 대책 없는 일상을 보내는 동안 코로나 백신 1 접종을 마쳤다. 버스 운수 종사자라는 명목으로 접종을 하게  것이다. 주사를 맞은 날도  이튿날도 여느 때와 같이  주변을 산책하며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보냈다. 어디 아픈  없냐는 아내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정답을 달아주었다. 사실 몸이  무겁고 잠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와중에 몸이라도 건실함을 보여줘야  일이다.


몸은 나의 유일한 자산이고 삶의 밑천인 셈이다. 몸이 기억하는 모든 본능적 유동은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왔다. 그러나 겉으론 멀쩡해 보이려고 바둥대던 내 몸의 현 위치는 그리 건강한 것만은 아니다. 석회가 자라는 오른쪽 어깨는 아프지만, 아내에게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다.  고지혈증과 약간의 당뇨는 어차피 보이지 않는 병이니, 병으로 간주하지 않기로 하였다. 직무 정지를 당하고 일하지 못하는 현 위치에서 아프다는 것은 크나큰 죄악으로 나는 간주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쉬는 게 미안해서 가까운 곳에 나가 바람도 못 쐬고 있다. 내가 그리 다니면 안 될 것 같아서이다.


그러나, 다음 주부터는 소정의 생활 고료를 위해 내 몸을 투고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로는 건축 현장이 나을 듯하다. 나의 몸은 닳을 대로 닳아버린 구형 건물인지도 모른다. 재개발지구의 건축물처럼 허물고 철거하여야 할 게 많다. 버려야 할 마음 안의 폐기물들도 쌓여 있다. 다시 산다는 것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가족들에게 나는 죽일 놈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정말 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활은 지금 이 시각에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금 나에게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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