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정지 이후 줄곧 5일째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 대책 없는 일상을 보내는 동안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버스 운수 종사자라는 명목으로 접종을 하게 된 것이다. 주사를 맞은 날도 그 이튿날도 여느 때와 같이 집 주변을 산책하며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보냈다. 어디 아픈 데 없냐는 아내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정답을 달아주었다. 사실 몸이 좀 무겁고 잠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이 와중에 몸이라도 건실함을 보여줘야 할 일이다.
몸은 나의 유일한 자산이고 삶의 밑천인 셈이다. 몸이 기억하는 모든 본능적 유동은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왔다. 그러나 겉으론 멀쩡해 보이려고 바둥대던 내 몸의 현 위치는 그리 건강한 것만은 아니다. 석회가 자라는 오른쪽 어깨는 아프지만, 아내에게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다. 고지혈증과 약간의 당뇨는 어차피 보이지 않는 병이니, 병으로 간주하지 않기로 하였다. 직무 정지를 당하고 일하지 못하는 현 위치에서 아프다는 것은 크나큰 죄악으로 나는 간주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쉬는 게 미안해서 가까운 곳에 나가 바람도 못 쐬고 있다. 내가 그리 다니면 안 될 것 같아서이다.
그러나, 다음 주부터는 소정의 생활 고료를 위해 내 몸을 투고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로는 건축 현장이 나을 듯하다. 나의 몸은 닳을 대로 닳아버린 구형 건물인지도 모른다. 재개발지구의 건축물처럼 허물고 철거하여야 할 게 많다. 버려야 할 마음 안의 폐기물들도 쌓여 있다. 다시 산다는 것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가족들에게 나는 죽일 놈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정말 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활은 지금 이 시각에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금 나에게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