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동

날것

by 라윤영

낙원동

/리윤영

돌담 스며드는 안개
허락 없이 안기는 봄
꽃은 저절로 입을 열어 봄이라고 쓴다
거리의 노숙자는 언제나 두툼한 계절을 살아가고
구부러진 숨결은 그의 머리카락처럼 혼탁하다
낙원동 돼지국밥 골목
우글거리는 벌레들 푸른 잎 파먹는다
찢어진 치마 사이로 바람이 방문하고
새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생각들을 쪼아 먹는다
나뭇가지 사이 새 한 마리
단역배우처럼 등장한다
저무는 시간을 파먹는 허공의 노숙자들은
하나둘씩 독백하고 있다
응어리진 자리 그늘이 빛나고 있다
어디에도 없는 얼굴
나뭇가지 끝에 걸려 하늘을 꼭 콕 찌른다
지난 계절을 쓸어 담고 있는
풀밭 위 빗자루 하나

작가의 이전글여기에 없는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