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람
/라윤영
하나둘씩 헤어지는 구름 사이 꽃 피어 있다
하늘은 책을 읽기에 좋은 공간
수많은 사유가 말 거는 곳
아무것도 아닌 바람들은 서식지를 떠나고
다음 생의 안식처를 구하고 다닌다
고개 숙인 여자의 젖은 눈은
알 수 없는 곳으로
이주하는 별처럼 낯선 눈빛이 된다
해변은 같은 소리로 흔들리고
뺨을 맞는 바위는 바위답게 부서지고 있다
나뭇잎을 갉아먹는 불쾌한 벌레는
매일 헤어지는 연인처럼
들꽃에게 머리를 처박고 외면할 수 있다
느린 걸음으로 약속하는 꽃잎은 매장되고 있다
더 깊은 곳으로
저기에 없는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