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날것

by 라윤영

물방울



/라윤영




차창에 달라붙는 수만 개의 물방울들을 본다

흔들리는 하나의 방울이 되기까지

떨리는 울음이 되기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왔다

안개는 말 없는 독백으로 조용하다

하천은 그동안 목이 말랐는지 울컥 눈물을 삼키고 있다

바람도 젖은 날

이리저리 나부끼던 먼지의 행렬은 오고 간데없다

도로 위를 뛰어가는 번호판들의 숫자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기억 너머의 얼굴처럼

희미한 뿌리들, 가지들, 이파리들

잠시 여행 온 철새들이 물방울에 씻겨져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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