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몸이 무거웠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살펴보았다. 화단에 있었던 거미집이 사라졌다. 거미를 한동안 지켜봤었다.
완전히 자리 잡고 살았던 거 같았다.
그는 다시 거미줄을 치고 새롭게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화단의 맨 밑바닥엔 풀잎들이 웃고 있다. 가장 낮은 자리에 있었던 덕분이다.
낮은 자리... 더는 퇴각할 수 없는 자리이다.
갈 길이 없는 자리에 머문 자들은 태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너무 가진 게 많아서 너무 높이 올라가 있어서 간판이 떨어지고 무너지고 추락한다.
상류사회가 지닌 불행이다. 금수저들의 삶은 금수저들이 알아서 해라. 그들의 화려한 추락을 엿볼 여유가 없다.
쓸 만큼 써서 고장 난 밥통을 버리고 새로운 압력 밥통을 샀다. 압력을 불어넣는 밥통...
새로운 밥의 힘이다. 사람이나 밥통이나 마찬가지다. 고장 난 것을 고쳐 쓰지 못할 때가 있다. 오늘 저녁은 따뜻한 밥을 먹어야겠다.